정말 죽을 고생하며 사우디에서 돈을 벌어 몽땅 이번 채금비용에 투자했건만 문화재당국만 좋은 일 시킨 꼴이 되었다. 문화재 발굴 비용을 댈만한 능력이 없었다. 장소를 옮긴 곳에서 금이라도 쏟아져 나온다면 그만한 비용은 염려안해도 되겠건만.『그럴리가. 그 완고한 집안이 아까짱을 사위로 맞아들이겠나? 더구나 빨갱이 집안 하구.』승용차는 흩날리는 눈속을 헤치며 읍내로 질주하였다.『 뭘. 』조학묵이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며 일부러 태연한 척하자 모형사의 입가에 조소가 흘렀다.갑부는 금 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피우던 담배를 부벼껐다.용순은 소쿠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기를 쓰며 달아났다. 보리밭을 가로질러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리던 용순은 또하나의 장벽에 기겁을 하였다. 베레모를 비스듬히 눌러 쓰고 군복과 군화를 착용한 용호였다.시골다방치곤 제법 화려한 실내장식과 어두운 조명이 위축되는 기분을 느꼈다.손님이 다리를 꼬았다.용호는 아까짱의 일이 궁금해서 왕십리 금용을 찾아갔다. 기와집으로 된 주택의 마당엔 시골에서 쓰던 비료포대가 잔뜩 쌓여있고 마루와 방안에서는 5,6명의 크고작은 아이들이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토방에서 큰 가위로 비료포대를 자르던 금용은 용호를 보자 몹시 반가워하였다. 닳아빠진 목장갑을 낀 손에 녹이 슨 큰 가위가 들려있었다. 이곳에 들어오면 종이를 자르는 일부터 한다. 봉투도 여러 종류여서 편지봉투 만드는 일은 주로 오래된 경력자가하고 신참들은 군밤과고구마를 담는 봉투따위를 맡아서 한다. 금용은 주인의 눈치때문에 망서리다가 잠깐 밖으로 나왔다. 골목을 좀 벗어나서 빵집에 들어갔다. 기름과 단내가 뒤섞여 입맛을 돋구게 하였다. 그들은 호떡 한 접시를 시켜놓고 잠시 말이 없었다.학생들은 내부를 보려고 유리창문을 들여다 봤지만 불을 끈 상태에다 썬팅된 유리여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차는 여전히 일정하게 우아래로 움직이는 것이었다.용호는 잠바 안주머니에서 짚히는대로 수표 1장을 끄집어내어 면직원의 손바닥에 탁 소리나게 얹어주었다. 금액기로 찍힌 것은
아까짱은 얼굴을 돌리며 개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노인네가 사라지자 김씨는 잠시 서서 아까짱의 볼멘 표정을 보면서 말했다. 아까짱은 순간 자신의 처지가 한심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왜 조상을 잘못 만나가지고 이런 더러운 일을 하고 어느놈은 호의호식하며 공부를 하고. 면사무소 사환이라도 들어가려고 했더니 하필 신원특이자로 되어 있어서 취직할 생각은 아예 포기했다. 이럴땐 월북한 작은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동네에서도 전쟁이 끝나고 얼마 전까지만해도 괄시를 받아왔다. 세월이 좋아 지금은 농촌일을 서로 도와가면서 하고 있지만 전에는 감히 꿈도 못꾸었다. 동네사람들한테 맞아죽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었다.『들어가 봐라. 외사촌 동생인데 가출한 마누라 찾으러 왔다나.』(안돼! 이런 모습으로 현애를 만날 순 없어!)『이장! 어떡할거요? 그만 둘거요? 아니면 밀어 부칠 거요?』손님은 고개를 쳐들며 삐뜨리는 쳐다보았다. 아직도 면도는 절반쯤 남아있었다.이런 일에 간섭하는 척하면서 뜯어가는 사람들이 많아 그때마다 수표 한 두장으로 조용히 정리하였다. 모형사도 돈 냄새를 맡아 몇번 수표를 줬더니 오히려 이 사업에 적극성을 보였다. 돈으로 안될 땐 정보부 차장이 6촌형이라고 거짓말로 위기를 넘겼다. 정식 허가를 받고 채금할 경우 수입은 60%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법적으로 바다는 80% 육지는 60%의 지분을 갖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했다가는 투자비도 건지지 못한다. 지금 7일째 20m 깊이로 파내고 모래층이 나올 때를 기다렸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금량은 보통 7일정도 작업하면 그 농토에서 얼마만큼의 사금이 나온다는 것을 어림짐작으로 알 수 있어서 일찍암치 포기하거나 다른 장소를 물색해서 금맥을 찾아야한다. 금맥의 줄기로 봐서 그 사업이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용호가 초조한 마음으로 작업장을 맴돌고 있는데 읍내에서 경운기가 탈탈거리면서 다가와 멈췄다.( 아! 첫눈이다! )그는 밤이 되길 기다리며 삽을 정성스레 손질하였다. 이미 낮에 공동묘지